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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기
의원 여운영의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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발언일 2008-09-18
* 5분 발언 전문은 첨부파일에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.
여운영의원
어느 덧 시의원이 된지 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. 2년이란 기간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건만 그저 몇 주일이 지난 것처럼 짧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! 여름인가 싶더니 겨울이 왔고 겨울이 가나보다 했더니 어느 새 또 다른 여름이 다가오고... 이런 일이 2번이나 반복되었는데도 마치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속에 2년이란 시간의 흐름이 녹아든 것이다.
새 생명이 탄생하는 새봄의 신비로움이 무엇이었던가?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 산의 단풍도 언제 보았던가? 도대체 그동안 무얼 하며 살았는지. 비 오는 날엔 비를 맞고, 눈 오는 날엔 눈에서 뒹굴며, 봄에는 피어나는 새싹을 음미하고, 가을엔 낙엽이 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시라도 한 구절 읊조리던 때가 언제였던가? 여름엔 겨울을 기다렸던 것일까? 아니면 겨울에 여름을 기다린 탓일까? 여름과 겨울사이가 하룻밤의 꿈만 같다.
디아스포라의 유대경전 중 승자와 패자의 정의에 관한 글이 생각난다. “승자의 하루는 25시간이고 패자의 하루는 23시간이다.”라고 했는데 2년이란 시간이 짧게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내 자신이 패자의 삶을 살면서 짧은 2년을 보낸 것은 아닐 런지.
어느 날인가 7살 난 딸아이를 보고 많이 컸다고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는 그런 내 자신이 얼마나 가족들에게 민망하고 창피하던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. 남들이 들었으면 남의 딸을 보고 하는 얘기거나 오랜만에 상봉한 가족의 얘기려니 했을 것이다. 이런 웃지 못 할 해프닝을 겪으며 어쩌면 내 자신은 무의미한 2년을 보낸 것은 아닐까, 아니면 정말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온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.
사람들이 나를 보면 “바쁘시죠!” 라고 묻는다. 그러면 나는 “네, 정신이 없습니다.”라고 대답하곤 한다. 정말로 바쁜 것 일까?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바쁜 것 일까? 실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이 돌아다녔고 많은 얘기를 들었다. 그러나 돌아보면 내가 한 그 모든 행동들이 무엇을 남겼으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.
다만 시민의 대변자로서 그 업무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만은 사실이다. 얼마나 시민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성실하게 처리하고자 노력한 것만은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.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나는 법학대학원에서 형사법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행정학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3학기를 마친 상태이다. 이 또한 지난 2년간 내가 남긴 나 자신의 업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.
나는 시의원이 되면서 더 많은 시민의 얘기를 듣기위해 나 자신만의 의원수칙을 정했었다. 하루에 30번 악수를 하고 하루에 10장의 명함을 주고, 그리고 점심은 매일 다른 사람과 하자! 이 수칙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돌아다녀야 했다. 일부러 점심 약속을 해야 했고 초대받지 않은 곳에도 안면몰수하고 참석해야 했다. 때로는 들에도 나가봐야 했고 공사현장은 물론 사고 현장에도 들러야 했다. 쉬운 것 같지만 상당히 어려운 계획이었음을 나는 최근에 와서야 느꼈다.
그리고 어느 순간에 이 계획이 무너지고 있음을 깨닫고는 늘어나는 뱃살만큼 나 자신의 게으름과 나태함에 대한 실망과 회의감도 커져만 갔다.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내 자신을 힐책하며 이대로 가서는 안되겠다라는 위기의식에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의원수칙을 지켜 내리라는 다짐을 해본다.
그리고 늘어나는 뱃살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생각과 생명 단축의 두려움으로 인하여 근 3년 동안 놓았던 배드민턴채를 잡아보자고 다짐하였다. 활발하게 코트를 누빌 수 있는 체력과 인내력을 다시 재충전하여 스마트 아산과 25만 시민들을 위해 더욱 더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일꾼이 되고자 지난 2년을 반성하며 겸허한 자세로 재다짐을 해본다.
지난 2년 보다 더 나은 2년을 창조해 나가고자 노력할 것임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.